「 기본정보 」
제 목 콘크리트 유토피아
감 독 엄태화
개 봉 2023. 8. 9
상영시간 130분
출 연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 김선영
대지진으로 폐허가 된 서울에서 유일하게 남은 '황궁 아파트'에 생존자들이 모여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재난, 디스토피아 소재의 작품으로 극한의 상황에 내몰린 인간의 이기적이고 원초적인 모습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김숭늉의 웹툰 유쾌한 왕따의 2부 유쾌한 이웃을 각색한 영화로 대종상, 청룡영화상 등의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예술성은 물론 흥행에도 성공했다.
「 등장인물 」
김영탁(이병 역)
- 103동 902호에 사는 주인공 영탁은 혼란한 상황 속에서 단호한 결단력과 행동력을 발휘하여 아파트의 임시 주민 대표가 된다. 아파트를 지키기 위해서는 어떤 위험도 마다하지 않는다.
김민성(박서준 역)
- 103동 602호 거주자로 공무원이었다. 아파트에 머무는 것만이 유일한 생존 방법이라 굳게 믿으며 가족을 지키기 위해 영탁과 함께 아파트를 지키는 일에 앞장서게 된다.
주명화(박보영 역)
- 민성의 아내이자 간호사. 따뜻한 인간미와 강인함을 갖추고 침착하게 다친 이들을 보살피는 인물로 모두가 다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노력한다.
김금애(김선영 역)
- 황금 아파트의 부녀회장으로 영탁을 임시대표 자리에 추천한다. 아파트의 위생 관리와 식량 배급의 임무를 맡는다.
「 줄거리 」
대지진으로 인해 모든 것이 파괴된 서울. 콘크리트 더미의 지옥에서 홀로 멀쩡히 서있는 황궁 아파트 103동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전기, 통신, 수도도 모든 것이 먹통인 상황에서 아내 명화와 함께 식량을 분류하며 생존할 방법을 강구하던 민성은 그날 밤, 민성의 집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깨어난다. 무너진 옆 아파트 드림팰리스에 살던 여자가 겨울밤을 견딜 수 없어 재워달라며 애원하고 이를 거절하려던 민성이었지만 마음씨 따뜻한 명화의 배려로 이들 모자는 민성의 집에 머무르게 된다. 다음 날, 생존에 필요한 물품을 구하러 나가보지만 이미 돈은 휴지조각이나 다름이 없었고 자신의 시계를 황도 통조림과 교환해 집으로 가려는 순간 황궁 아파트 입주민과 외부인 사이의 다툼을 목격한다. 어렵게 구한 통조림을 아내 명화와 둘이 먹으려 하지만 갑자기 방으로 들이닥친 모자와 함께 통조림을 나눠 먹을 수밖에 없었다. 민성은 뻔뻔한 모자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던 중 아파트에 화재 사건이 발생하고 누구하나 섣불리 나서지 않던 상황에 영탁이 스카프를 마스크처럼 두른 채 소화기를 들고 달려온다. 별 효과가 없자 소방호스를 끌어와 불을 끄려고 안간힘을 쓰고 민성은 소방호스를 잡으며 영탁을 도와주게 된다. 영탁의 활약으로 화재가 진압되고 무녀회장은 영탁에서 감사인사를 전한다. 사건 이후 입주민 회의에서 화재 사건이 외부인이 한 입주민의 집을 차지하자 집주인과 다툼이 생겼고 외부인이 입주민을 칼로 찌르고 방화한 사건이라는 것이 밝혀진다. 외부인의 수용에 대한 찬반 여부를 논의하지만 입장 차이만 반복할 뿐 명확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공무원이던 민성은 비상사태 시 매뉴얼을 묻는 부녀회장에서 구심점과 시스템의 필요성을 얘기한다. 이에 부녀회장은 주민대표는 불구덩이에라도 뛰어들 수 있는 책임감이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얘기하고, 자연스레 시선은 영탁에게 쏠린다. 이에 만장일치로 영탁은 주민대표로 선출이 되고 다시금 외부인 수용에 대한 찬반 투표를 실시한 결과 외부인을 추방할 것이 결정된다. 다음날 부녀회장은 외부인들에게 빈집을 나눠준다는 핑계로 외부인들을 모두 바깥으로 이끌어 내고 무장한 입주민들은 외부인들과 몸싸움을 벌여 이들을 밖으로 쫓아내게 된다. '아파트는 주민의 것'이라는 영탁의 구호아래 입주민들은 정의로운 일이라도 해낸 듯 환호하고 명화만이 심란한 표정으로 이를 바라본다. 영탁의 지휘아래 방벽을 세우고 식량을 찾는 등 아파트 전반에 대한 정비를 시작한다. 또한 규칙들을 제정하여 일한 만큼 차등 분배의 원칙도 세우며 나름의 제자리를 찾는 듯 보인다. 한편 방범대를 구성해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누적되는 피로와 신통치 않은 수확으로 약탈까지 감행하게 된다. 한편 자신의 머물렀던 남자아이가 809호 주민인 도균의 집에 외부인들과 몰래 숨어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명화 또한 그들을 돕기로 한다. 약탈로 식량이 풍족해진 황궁아파트 입주민들은 잔치를 벌이고 그러던 중 거지 같은 몰골을 한 여자가 아파트로 걸어보는 것을 발견한다. 그 여자는 영탁의 옆집에 살던 혜원이었고 지진 후 힘들게 아파트로 돌아온 것이었다. 혜원은 원래 903호 거주자이었던 탓에 환대를 받으며 아파트의 일원으로 들어오게 되고 입을 옷을 받는 과정에서 부녀회장이 옆집 902호 영탁을 아냐고 묻자 모른다고 대답한다. 요즘 애들이 다 이렇다며 넘기는 부녀회장과 달리 영탁의 표정은 불안하다. 주민 대표로 신년사를 전하며 잔치 분위기는 무르익고 윤수일의 아파트를 부르는 영탁의 모습과 노래방 화면에 비치는 아파트의 모습이 택시를 몰고 가는 영탁의 과거로 전환된다. 영탁은 사실 황궁아파트 입주민이 아닌 택시기사 모세범으로, 황궁아파트를 사려다가 사기를 당한 사람이었다. 시세보다 훨씬 싼 급매가 나왔다고 해서 돈을 끌어다가 입금부터 했는데 그것이 사기였고 사기범이 황궁 아파트에 살던 진짜 김영탁이었던 것이다. 독촉에 시달리다 지진이 나던 날 돈을 받으러 김영탁을 찾아 아파트로 가고 결국 몸싸움이 벌어져 이 과정에서 김영탁이 죽고 만다. 그때 마침 지진이 발생하고 얼떨결에 902호 김영탁 행세를 하다 아파트 주민 대표까지 된 것이었다. 한편 외부인을 숨겨주고 있던 도균의 집 화분 밑에 몰래 식량을 숨겨 가져다주던 명화의 모습은 영탁에서 목격되고 만다. 또한 혜원이 자신의 정체를 발설할 것이 두려운 영탁은 혜원을 찾아가 '아저씨 알아, 몰라?'라 물으며 협박하고 혜원은 '아는 것 같다.'라고 대답한다. 아파트 정비 사업이 끝나고 몸만 들어와 편하게 생활한다며 혜원을 고깝게 보던 주민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혜원을 챙겨주는 사람은 명화뿐이었고 혜원은 명화에서 영탁은 진짜 영타이 아니라는 말을 듣게 된다. 그때 아파트 비상벨리 울리고 아파트 주민이 시체로 발견되자 분개한 영탁은 아파트 내부를 방역하기로 마음먹고 주민들을 이끌고 도균의 집에 찾아간다. 결국 도균의 집에 숨어 지내던 외부인들은 무조리 아파트 밖으로 끌려 나와 추방당하고 도균 역시 끌려 나온다. 이들을 도와준 명화 역시 위기에 처하자 민성은 영탁을 찾아가 무릎 꿇고 빌며 아파트를 위해 분골쇄신할 것을 다짐하며 용서를 빌고 영탁은 민성을 독려하고 받아준다. 이후 대대적인 외부인 색출 작업을 실시하고 폭력도 서슴지 않게 된다. 방역이 완료되자 아파트 앞 공터에 주민들을 불러 모은 영탁은 외부인을 숨겨 준 주민들을 모두 모아 꿇어 앉히고 '잘못했습니다'를 200번 외치게 하는 벌을 내린다. 그때 멀리서 '잘못했습니다!'라는 소리와 함께 난간 위에 올라가 있는 도균이 모든 주민들이 보는 앞에서 투신 자살 하기에 이른다. 이후 점점 더 폭력적이고 위협적으로 변하는 영탁과 길어지는 고난 속에서 지쳐가고 인간성을 상실해 가는 주민들의 간의 갈등, 영탁의 실체가 밝혀지며 극으로 치닫는 상황은 최고점에 이르며 영화의 후반부로 달려간다. 영탁의 실체를 알게 된 주민들은 어떻게 할 것이며 또한 외부인들의 끊임없는 도발과 지키려는 주민들 간의 전쟁은 어떻게 끝날지 결과가 기대된다.
「 감상평 」
이 영화는 재난 이후 인간의 본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자신이 살기 위해서 다른 사람을 배척하고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 점점 이기적으로 변해가는 인간들의 모습을 보며 '과연 나도 저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라는 물음을 자꾸만 던져 주었다. 아파트를 지키기 위해 점차 악인이 되어가던 영탁과 재난 상황에서도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려 애쓰는 명화, 그리고 그 사이에서 갈등하는 민성의 모습 그 어디에서도 대답을 쉽게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